부모 세대에게 결혼은 인생의 선택지라기보다 하나의 과정에 가까웠다.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지나가야 하는 단계였고, 그 흐름에서 벗어나는 삶은 설명이 필요했다. 결혼은 어른이 되는 증표였고, 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결혼을 앞두고 던지는 질문도 단순했다. 언제 할지, 누구와 할지 정도였다.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결혼은 이미 정해진 답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우리는 결혼을 생각하며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정말 결혼을 해야 하는지, 결혼이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지, 아니면 지금의 균형을 흔들어 놓는 선택은 아닌지까지 고민한다. 결혼은 더 이상 사회가 정해준 기본값이 아니다. 하지 않아도 설명이 필요 없는 선택이 되었고, 오히려 왜 결혼을 선택했는지를 묻게 되는 시대에 가까워졌다. 이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성향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현실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부모 세대는 결혼을 통해 함께 버티는 삶을 배웠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너무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랐다. 사랑보다 책임이 앞섰던 관계, 개인의 욕심보다 가정이 먼저였던 선택, 감정보다는 인내로 유지되던 시간들을 보며 결혼이 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그래서 결혼은 설렘의 대상이기보다 신중한 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결혼을 미루거나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무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와 다른 결혼관을 갖게 된 것은 세대 차이라기보다 시대의 변화에 가깝다. 결혼이 삶을 완성해주던 시대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결혼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결혼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사회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삶과 가치관을 충분히 고려한 끝에 내리는 결정이기를 바란다. 이 지점에서 부모 세대와 우리의 결혼관은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부모 세대와 다른 결혼관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여 알아보자.

결혼이 ‘의무’였던 시대와 ‘선택’이 된 시대의 차이
부모 세대에게 결혼은 인생의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적당한 시기가 오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당연한 흐름처럼 여겨졌다. 그 선택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고민한다고 해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삶은 예외였고, 어딘가 결핍된 삶처럼 취급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결혼은 개인의 성향이나 가치관보다 사회적 기준에 더 가까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다르다. 결혼은 더 이상 인생의 기본값이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혼자 살아갈 수 있고, 결혼을 해도 이전보다 훨씬 많은 책임과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부모 세대는 결혼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지금 세대에게 결혼은 오히려 불안정성을 키우는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집값, 대출, 양육비, 노후까지 생각하면 결혼은 ‘안정’보다는 ‘부담’이라는 단어에 더 가까워진다.
이 차이가 결혼관의 출발점부터 다르게 만든다. 부모 세대에게 결혼은 ‘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우리 세대에게 결혼은 ‘굳이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선택의 자유가 생긴 만큼 책임도 개인에게 온전히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감정이나 분위기로 결정하지 않는다. 결혼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무엇을 잃게 되는지까지 계산하게 된다. 이 계산적인 태도가 차갑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너무 많은 현실을 직접 목격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부모의 결혼 생활을 보며 배운 현실적인 감각
부모 세대와 다른 결혼관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모의 결혼 생활을 너무 가까이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는 자신의 결혼을 미화하지 않았다. 힘들었고, 참고 살았고, 그게 인생이라고 말해왔다. 그 말들은 사랑의 증거라기보다는 책임과 희생의 기록에 가까웠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결혼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특히 한 사람이 더 많이 참아야 유지되는 결혼을 보며 자란 경우, 결혼에 대한 기대는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부모 세대는 ‘가정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감정을 뒤로 미루는 데 익숙했지만, 지금 세대는 그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지 의문을 갖는다. 사랑보다는 의무, 대화보다는 인내로 유지되는 관계를 보며 자란 우리는, 같은 길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또한 부모 세대는 결혼을 통해 개인의 삶이 자연스럽게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여성에게 결혼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점점 희미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란 우리는 결혼이 개인의 삶을 삼켜버리는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부모 세대가 중요하게 여겼던 ‘버티는 결혼’보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부모의 결혼을 부정해서가 아니라, 그 현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결혼을 더 신중하게 바라보게 된 것이다. 결혼이 힘들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잘 알아서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부모 세대와 우리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결혼보다 ‘나의 삶’을 먼저 생각하게 된 이유
부모 세대와 다른 결혼관을 갖게 된 마지막 이유는, 결혼이 더 이상 개인의 삶을 완성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결혼을 통해 어른이 되고, 가정을 꾸려야 비로소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고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각자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대다. 혼자서도 충분히 바쁘고, 혼자서도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을 인생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결혼은 삶의 한 선택지일 뿐, 삶 그 자체는 아니다. 결혼을 한다면 나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을 때, 함께 성장할 수 있을 때 선택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스스로를 묶고 싶지 않다. 이 생각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현실적인 태도에 가깝다.
부모 세대는 결혼을 통해 삶을 함께 버텼지만, 우리 세대는 각자의 삶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결혼 전 더 많이 고민하고, 더 오래 망설인다. 결혼을 미루는 것이 미성숙해서가 아니라, 너무 쉽게 결혼을 선택했을 때 감당해야 할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와 다른 결혼관은 세대 갈등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다. 결혼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게 된 결과다. 결혼이 행복의 필수 조건이 아니게 된 시대에서, 우리는 결혼을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해도 괜찮은 선택’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아마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